면책조항(Indemnity Clause) -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 Gooya Yo
- 2월 8일
- 3분 분량
계약서 상에 boilerplate*로 들어가는 조항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하는 indemnity 또는 indemnification 조항은 한국어로 하면 면책, 또는 손실 보증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boilerplat: 계약서, 양식, 규정 등에서 그 내용이 정형화되어 별다른 수정 없이 다른 계약서나 양식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조항을 일컫는다.

계약을 검토할 때 대부분은 그렇구나~!하고 훑고 지나가는 정도이다. 그 의미를 알고 그러는 경우도 있고,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아 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원래 괜찮았을 거래인데, 왜 그렇게 깐깐하게 검토하고 괜히 시간에 돈 낭비했었냐 하고 타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사업이 망하거나 기업이 휘청하거나 할 정도의 위험이 내포된 것이 이 indemnity 관련 조항이다.
왜 그런지 일단 문구를 살펴보자.
To the fullest extent permitted by Law, but subject to the limitations set forth in Sections 20.1 and 20.3, Operator shall defend, indemnify and hold Owner and its Indemnitees harmless from and against any and all claims, actions, damages, expenses (including reasonable attorneys’ fees), losses or liabilities incurred by or asserted against Owner or any of its Indemnitees for injury (including death) to persons or damage or destruction to property and any and all fees, costs or penalties incurred by Owner or any of its Indemnitees, to the extent that such claims, actions, damages, expenses, losses, liabilities, fees, costs or penalties are caused by or arise out of Operator’s Misperformance; provided that Operator shall not be required to indemnify Owner or any of its Indemnitees for any loss or claim to the extent such loss or claim is due to the negligence or willful misconduct of Owner or any of its Indemnitees.
'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한도에서 상대방에게 클레임, 소송, 손해, 비용, 손실, 책임, 경비에 대한 일체 모든 것에 대해 면책하고 손실 보장을 해준다.'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공업체가 건물 내부의 바닥을 대리석으로 마감하였고, 이에 거래가 종료되었다. 시공업체는 건물주에게 이 거래 관련 계약서에 위의 내용에 상당한 indemnity를 명시하였다. 대부분의 계약서에 마땅히 들어가는 내용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이 건물에 드나들던 고객들이 이 대리석 바닥에서 넘어지는 사례가 빈번하였고, 급기야 한 사람이 크게 넘어져 뇌진탕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유가족은 건물주에 대하여 바닥의 안전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이용자들에게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이를 방치한 건물주에게 책임이 있어, 사망사고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천문학적 금액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건물주는 바닥을 시공한 시공업체에게 indemnity 조항을 근거로 이 소송으로 인한 모든 경비 그리고 손해배상 금액을 당연 청구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핸드폰 카메라 부품 제조업체 C는 Apple 사에 이 부품을 납품하는 거래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 내용 안에는 해당 부품의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련 일체 모든 발생 비용 및 경비에 대해 Apple 사를 면책한다는 내용의 indemnity 조항이 들어 있었다.
C사는 관련 카메라 부품에 대한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indemnity 내용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카메라 제조업체 D사는 Apple을 상대로 본인 기업의 특허와 기술을 도용하였다는 혐의로 막대한 손해배상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아울러 Apple은 특허법 위반으로 형사 기소까지 되었다. Apple은 C사와 체결한 계약의 indemnity 조항에 의거 C사에게 관련 소송비용 일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였다. 이후, 해당 카메라 부품의 기술 침해에 혐의가 없음이 밝혀졌지만, 이와 관련 없이
C사는 Apple 사를 제공 부품의 지적재산권 분쟁 비용에 대해 면책을 제공하였기에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상거래에서 분쟁은 시간과 돈을 의미한다. 이것이 법원의 문턱까지 간다면 기하급수적인 비용의 증가와 막대한 시간, 인력의 소모를 각오 해야 한다.
이를 잘 알기에 상거래 전문 변호사들은 이러한 면책조항 (indemnity clause)를 통해, 거래 상대방에게 그 책임과 비용을 떠넘기는 법적 기술을 고안해 놓은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어디에나 있는 조항으로 무심하게 취급해서 이 내용을 덜컥 받아들이면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안고 거래를 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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